[우리말로 깨닫다] 부러우나 부끄러운 마음

  •  조현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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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3.02 16:0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가난한 마음에 복이 있다고 안빈낙도와 청렴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새기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부자의 여유가 부럽습니다. 조금 더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마다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렇게 내 마음에는 부러워서 부끄러운 마음이 천지입니다. 양면성 가득한 마음을 보면서 하루를 정리해 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평화를 사랑한다고 하나 강대국의 힘이 부럽습니다. 군사적 강대국이 아니라 문화적 강대국이 되기를 원한다며 백범 선생의 글을 인용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세계 상위권의 국방력을 자랑하고 우수한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립니다. 무기는 방어에만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평화를 위한 무기라는 말도 미사여구일 뿐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더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모습에 우리는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를 부러워 하는 우리의 마음은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말로는 늘 평화주의자입니다.

환경을 이야기하면서 일회용품의 편리성에 눈이 갑니다. 기후 위기는 나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칠 때만 위기입니다. 그렇지 않을 때는 그저 불편함일 뿐입니다. 이상기후라고 하지만, 더우면 더 에어컨을 틀고, 추우면 더 불을 땔 뿐입니다. 환경 이야기나 안 했다면 좋았겠지요. 기후 위기를 말하며, 인간의 욕심을 탓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겁니다. 말로는 늘 환경주의자입니다.

성적보다는 행복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성적 자랑이 노골적입니다. 일등만이 대접받는 사회가 혐오스러우면서도 공부 잘하는 자식을 바라고, 명문대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면서 명문대생의 숨은 실력을 믿습니다. 금수저를 욕하면서 금수저이기를 바라고, 재벌을 욕하며 대기업에 들어간 자식 자랑이 한창입니다. 의사, 변호사를 욕망덩어리인 양 이야기하면서 정작은 친척 중에 의사, 변호사가 있어서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사랑이 중요하다면서 혐오를 부추기고, 이타주의를 칭찬하면서 나 위주의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외모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늘 외모에 눈이 갑니다. 그러고는 본능 핑계를 대지요. 예쁘다는 말이, 아름답다는 말이 칭찬이지요. 외모 칭찬과 외모 자랑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외모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은 모순입니다. 나도 좀 잘생겼다면 좋았겠지요.

무소유를 이야기하면서 물건에 대한 집착이 깊어지고, 욕망을 멀리하자고 하나 성욕에, 식욕에, 소유욕에, 명예욕까지 무서우리만치 갖고자 합니다. 집착은 집착을 낳고, 소유는 소유를 낳습니다. 펼쳐보지도 않은 책, 사용한 적 없는 그릇이 눈앞 한가득입니다. 없어지면 다시 구입하지 않을 물건이라면 모두 내 소유욕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없어지면 다시 살 물건은 얼마나 되나요?

나이가 들면 철학과 종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책과 수행을 멀리합니다. 아니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철학과는 멀어지는 삶을 살기도 합니다.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이순이니 하는 말은 경전에나 담긴 이야기입니다. 유혹에는 쉽게 넘어가고, 하늘의 뜻에는 관심이 없고, 고집이 더 세지니 말입니다. 명상과 기도의 시간은 없고 간간이 조는 시간이 있을 뿐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이 침침해서일 뿐이죠. 철학은 남의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 표리부동한 마음을 살펴봅니다. ‘부럽다’와 ‘부끄럽다’는 관계없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상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정말 부러워해야 하는 일은 부러워하지 않고 회피합니다. 오히려 부끄러운 일을 부러워하면서 살아갑니다. 이제 나이를 한 살 더 먹습니다. 부러운 일이 많을수록 부끄러운 일도 많아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뼈저리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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